늘 누군가의 보좌 역할을 하는 직업, 비서. 그들도 일년에 하루 주인공이 되는 날이 있다. 매해 4월 셋째 주 수요일, 올해는 4월 24일이다. 비서의 날과 주간(4월 넷째 주)을 맞아 비서라는 직업을 재조명하고 국내 비서업계의 현황을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박선아 한국관광대학교 국제비서과 교수
전세계 4월 넷째 수요일 ‘비서의 날’ 기념
한국비서협회, 비서의 날 다양한 이벤트 마련
“나는 말하는 자동응답기, 워드프로세서였으며 심부름꾼, 상담자, 친구, 잔소리꾼이었고 소리나는 칠판, 수선공, 치어리더였다". GE의 최고경영자 잭 웰치를 14년간 보좌한 비서 ‘로잔 배더우스키’의 고백이다. 배더우스키의 업무는 ‘상사 경영’, ‘상사 관리’였다. 이런 그녀를 뉴스위크지는 ‘잭 웰치의 비밀병기’로 소개하기도 했다.
비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좌해 조직의 효율화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일년에 단 하루, 이들을 위한 날이 있다. 바로 4월 넷째주 수요일 ‘비서의 날’ 이다.
비서의 날은 1952년 당시 미국 상무장관인 찰스 소이어가 비서들의 역할에 감사를 표하자는 뜻에서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미국 전역에 비서직이 늘어나던 때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현직 비서들 모임인 세계전문비서협회(IAAP: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dministrative Professionals) 회장 메리 버레트와 기업인 킹 우드브리지 등이 '비서주간' 지정을 건의했고 소이어 장관이 이에 화답한 것이다. 기념일 지정 61주년인 올해는 이달 21~27일이 비서의 주, 24일 수요일이 비서의 날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비서의 날에 상사가 비서에게 감사카드를 전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데 반해,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일부 특급 호텔만이 예약담당자인 비서들을 실질적인 고객으로 모시는 날로 정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늘 상사의 그림자처럼 일하는 비서직의 특성상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면도 있을 것이며, 비서를 보는 사회적 인식 탓이기도 하다. 아직은 그저 예쁘장한 젊은 여직원이 전화 받고, 차 심부름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서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2년 한국비서협회(KAAP)가 비서직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해 비서의 전문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설립되었고, 이후 2000년 사단법인으로 승격됐다. 한국비서협회에서는 올해 ‘비서들의 힐링캠프’라는 주제로 비서직 종사자 및 상사, 비서학 관련 학과 교수들과 재학생들과 함께 축하행사 및 장기자랑, 최고의 상사(Best Boss) 시상식을 마련했다. 그러면 비서라는 직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국내에서는 어떤 인력들이 비서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기원전부터 이어진 직업…여성의 업무 분야로 발전
단순한 차 심부름 벗어나 사무전문인, 보좌관으로 영역 확장
비서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는 정확하지 않지만 기원전 30년경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에게 디오메데스(Diomedes)라는 남성 비서가 있었다고 한다. 근대적 의미로는 10세기 영국 왕실에서 왕의 서신과 문서를 담당하던 관리를 secretary(비서)라고 했으며, 산업혁명 이후로 사기업이 대거 탄생하면서 비서는 보편적인 직업이 되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이뤄지면서 점차 여성의 진출 분야로 발전해왔다.
‘비서’(秘書)라는 우리말과 영어의 ‘secretary’라는 용어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비밀, 즉 ‘secret’에 관련된 정보나 비밀 문서를 다루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비서의 업무 내용이나 서열에 따라 명칭이 달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표현들이 있다. 최근에는 ‘secretary’라는 명칭 대신에 ‘assistant’라는 단어가 선호되고 있으며 여러 제반 업무처리를 하는 전문직원이라는 개념을 넣어 ‘administrative professional’(행정 전문인) 또는 ‘administrative assistant’ (행정 보좌관)라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한국어로는 ‘전문비서’ 또는 ‘사무관리 전문가’, ‘사무전문가’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수준 있는 보좌역할을 비서의 경우 ‘executive secretary(assistant)’(수석보좌관)이라는 명칭을 쓴다. 기업에 따라서는 비서 경력의 최종 단계로서 ‘office manager’(오피스매니저)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통계에 의하면 2012년 국내 ‘비서 및 사무 보조원’이라는 분류 기준으로 29만8300명이 종사하고 있으며 이중 비서직은 2만6000명이다. 두 직종 모두 여성인력은 약 75%이다. 사무 보조원의 평균 월 급여는 120만원, 비서직의 평균급여는 213만원 정도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사무보조원은 3.5년, 비서직은 5.2년이다. 비서직은 85.8%가 전문대졸 이상, 사무보조원은 49.2%가 전문대졸 이상이다.
그렇다면 위의 통계에서 ‘비서’로 분류된 모든 비서들이 다 전문비서 내지는 사무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다음 칼럼에서는 단순한 사무 보조원을 넘어선 전문비서로서의 역량을 분석한다.
조선닷컴 http://busines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9/2013041901538.html
이어진 컬럼) 이달 24일 ‘비서의 날’…비서, 그들은 누구인가 (2)
http://busines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23/20130423018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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